인사기획 창고대방출

파송송 계란탁

해이해이해이 2023. 5. 10. 21:51

2021년 4월 모 컨설팅 회사 대표님이 뉴스레터를 기획 중이라 하여, 고객사 분들께도 기고 받으면 풍부해질 거라고 했는데 말이 씨가 됐습니다. 곧 지인들의 글도 올릴 거라며 저에게 기고 요청을 하셨습니다.

 

그 무렵 저는 번아웃이었습니다. 컨설팅사에서 현재 회사로 이직해 인사기획을 한 지 십수 년. 기획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낮에는 운영, 밤에는 기획을 하며 숨 막히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. 지금 생각해보면 고객사 분들께도 기고 받아보라는 저의 제안은, 글쓰기로 답답한 일상에 탈출구를 만들고 싶다는, 제 심경의 표출인 것 같습니다.

그간 휘갈긴 메모들을 한번 읽어봤습니다. 대체로 쓰레기, 몇몇 메모들만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군 스스로 칭찬할 만 했습니다. 이 메모들을 한 번은 온라인에 정리해야겠기에, 지인의 뉴스레터에도 올리지만,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 병행해보기로 했습니다.

아... 메모를 글로 바꾸려고 해보니 잘 안됩니다. 온라인에서 HR 아티클을 찾아 읽는 분들? 내공 만땅일 거라는 생각에 부담이 큽니다.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니, 그 정도 되는 분들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보시지 애초에 제 글은 안 보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 

HR하는 사람일 것이고, 모르는 과제를 받아서, 뭐라도 건질 심경으로 구글 검색하다가, 내 글에 걸려들어 한번 훑어보고, 쓰레기구나 지나치려다가, 나중에 읽어 볼까 하며 북마크 해두는 느낌. 그 정도면 좋아.

해왔던 일을 담백하게 소개해야겠다고 결론. HR 하는 사람끼리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최고! 라고 용기 내봅니다. 그럼에도 의미를 붙여보자면, 인사제도 다 구축해본 대기업에서, 뭘 더 해야 하나 걱정이 많은 인사기획자가 시도해 볼 만한 내용

 

유퀴즈였던가, 전 청와대 요리사가 라면은 봉지에 쓰인 설명서대로 끓여야 제일 맛있다고 말한 것을 봤습니다. 제 생각에 그 영상의 명대사는 이겁니다. 송이버섯 따다 넣고 막! 응? 그럼 라면맛 다 배립니다!

맞습니다. 회사 사정에 맞춰 잘 구축한 인사제도가 있는데, Best Practice라고 이것 도입하고 저것 도입하면 기업문화 버립니다. 라면에는 라면에 맞는 고명이 있습니다. 파, 계란 정도 아닐까요? 라면맛 해치지 않으면서 시원함도 주고, 나트륨을 줄여주는 정도만. 즉, 이 인사기획 글들은, 잘 끓는 라면에 파송송 계란탁 넣는 정도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.

 

라면은 원래 맛있어요. 고명은 알맞게 넣읍시다.